2023-02-22

작업. 생각. 모음

한동안 친구와 생각나는 것들을 한두마디 적어보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환경과 관련한 이슈를 모아보았는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업하며 드는 생각을 모으게 되었다.

그런 짧은 글을 모아 쭉 읽어보니 꽤 재미있어서 계속 해보려고 한다.

 


• 양순을 소개할때 ‘되도록 환경을 해치지 않는 패브릭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한다’고 말한다. 가끔은 차라리 생산을 멈추는 것이 환경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생각한다.

• 집안 환기하기, 햇빛 보여주기, 습도 조절하기, 물주기.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과 인간이 잘 살수 있는 환경이 다르지 않다. 내 옆의 식물이 죽어가고 있다면 나의 생명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 좋아하던 양말 한쪽에 구멍이 나서 얼마동안 신지 못하다가 바느질로 메꿨다. 공짜로 양말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 길이가 너무 길어 애매한 티셔츠를 수선해달라는 친구의 부탁. 늘어나는 재질이라 바느질이 자신없었지만 일단 수락했다. 재봉이 쉽지 않아 몇번의 실패 끝에 결국 반듯하게 잘 잘라서 도로 가져갔다. 어쨌든 길이는 줄였다.

• 무언가 만들때마다 자투리천이 생긴다. 그냥 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처리방법이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려 계속 모아둔다. 그렇게 모아둔 자투리천이 어느새 두 박스. 내가 생산해내는 제품보다 자투리천의 생산 속도가 훨씬 빠르구나.

• 린넨 100%의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둔 천 매트를 작업실 한켠에 깔아두고 거의 2년간 세탁을 안하고 지냈더니, 색이 바래고 너덜너덜해져서 결국 버렸다. 물건을 오래 사용하려면 처음에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때에 적당한 방법으로 세탁을 하고 관리를 해줘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 작업실 바로 앞에 경찰서 건물을 짓고 있다. 베란다에서 매일 공사하는걸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하나 하나 전선 깔고, 시멘트 바르고, 빗자루질 하고. 보통 수공업이 아니다. 그동안 건물재활용은 역사적 혹은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에 대한 것만 떠올려졌었는데, 건물 하나에 들어가는 자재와 노동력들이 눈 앞에 보여지니 그냥 안쓰는 건물을 새롭게 사용하는 것도 엄청난 재활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 정말로 오랜만에 옷을 사러 나갔더니 너무 많은 물건이 있어서 무엇을 사야할지 하나도 모르겠는게 취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잠깐 우울했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유투브에서 자기 취향을 정확히 알려면 그만큼 많은 소비를 하면 된다고 했던거 마음에는 안들지만 일부 맞은 말인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취향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건 물건을 오래 쓸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인건 확실한듯하다. 더불어 쇼핑시간도 단축.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 지류 공장에 불이 나서 한동안 택배 박스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구하기도 어려운데 가격도 폭등. 동시에 우리집으로 오는 택배 박스는 쌓여가고,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수거날에는 박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 아무리 잘 말려도 곰팡이가 생기고 마는 샤워커튼. 그냥 제일 저렴한거 사서 매번 바꿔야지 했는데, 두세번 그렇게 바꾸고 나니 너무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타이벡 원단을 샤워커튼으로 사용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몇달 동안 썼지만 곰팡이 없이 잘 쓴다길래 나도 이번에 타이벡 원단으로 만들어야겠다 결심. 그런데 결심한지 세시간쯤 되었을까.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니 왜이리 점점 귀찮아 지는건지. 바느질로 뭐 만드는거 좋아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전업을 했던 나, 어디갔니..?

• 새로운 손수건을 제작했다. 실크스크린 인쇄로 그림을 넣었는데, 상품 상세설명에 “무독성 친환경 잉크를 사용했다”고 넣었다가 친환경은 빼고 그냥 무독성잉크를 사용했다고 다시 고쳤다. 잉크제작 회사에서는 어린이도 사용가능한 무독성 친환경잉크라고 하긴 했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이미 친환경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들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난 큰 돈은 못벌것 같다.

• 제품을 받는 사람이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비닐을 쓰지 않는 대신 제품을 종이봉투에 넣고 끈으로 리본을 묶어서 발송한다. 비닐을 안쓰려고 하니 포장에 점점 종이가 많아져서 보내면서도 이거 너무 과한거 아닌가걱정한다. 끈은 풀자마자 버려질텐데.. 가끔 포장을 최소화해달라 요청하는 고객이 있다. 그럴때는 진짜 반갑고 동의하는 마음으로 최소한의 포장만 해서 발송한다. 요즘에는 썩는 opp봉투 출시가 임박했다는 포장재 회사를 계속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