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2

2022년 4월

새로운 제품 만들고 오픈하느라 바빴던 4월.

바쁜 와중에도 놓칠 수 없는 놀고 먹기.

일’만’ 하느라 바쁘게 살지 않겠노라 결심했던 퇴사할때의 마음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친구 공네 집 마당에 사는 고양이 ‘앞가르마’

머리가 아주 커서 동네에서 형님고양이 할것 같은데 실제로는 맨날 다른 고양이에게 맞고 온다고 한다.

공네 집에 사는 고양이 ‘보노’

보노는 향에 민감한 고양이인데, 이 날은 같이갔던 친구 가방에서 좋아하는 향이 났는지 계속 가방에 부비부비를.

춘천 책방 마실의 고양이.

공네 집에 갔다가 슬렁 슬렁 산책하다가 마실에 갔다.

예전에 춘천에 살때 갔던 책방 마실은 작고 아담한 가게였는데, 마당이 있는 주택 건물을 리모델링 해서 카페도 함께 하고 계셨다.

우리집 고양이 먹물이.

아침에 일어나 커튼 열고 창문 열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바깥 구경을 한다.

그리고 길어지는 햇빛에 늘어져서 잠자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문 닫았던 집앞 수목원의 실내식물원이 드디어 다시 문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열대지역의 나무와 식물이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거의 3년동안 엄청나게 자랐을거라고 기대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자라지는 않았다.

가지치기를 많이 해주신걸까, 어쩐지 없어진 식물도 있는것 같고.

그래도 반가웠다. 실내 식물들!

새로운 입고처 인아워맨션.

양재천 인근에 있다. 다양한 일러스트 기반 제품과 작업을 볼 수 있는 곳.

입고 제안을 받고 제품을 보내고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어느날 인아워맨션 인스타그램에서 양재천 벚꽃을 보고 바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동네 수목원에도 벚꽃이 있긴 하지만 다 작은 나무들이라 풍성한 벚꽃을 기대하긴 어려웠는데 양재천 벚꽃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았다. 하필 그날이 주말이라 벚꽃도 사람도 원없이 구경했다. 좋았다.

3월 부터 4월은 거의 샘플 만들고 사용해보고 세탁해보고. 그리고 또 다시 반복하기를 거듭했다.

새로 제작하는 반다나와 손수건 원단이 참 좋다. 그동안 원단 프린팅 업체를 찾아 발로 뛴 보람이 있다.

내가 원하는 원단에 인쇄를 할 수 있으면 원하는 색감과 해상도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색감과 해상도는 만족스럽지만 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해서 오랫동안 프린트를 고민해봤지만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새로 협력하게된 업체는 두가지 모두 만족스럽다.

공에게 받은 7개의 풍선덩굴 씨앗 중 5개가 발아했다.

공이 얼굴을 그려준 씨앗에서 새싹이 나올때는 어쩐지 좀 기이하게 보였다.

예전에 잡화점 꿀을 했을때 야외 화단에 풍선덩굴 씨앗을 심은적이 있다.

그때는 아주 잘 자라서 다시 씨앗을 받아 손님들에게도 나눠드렸었는데, 이번에는 야외가 아닌데도 과연 잘 자라줄지 의문.

어느 수요일 운동 끝나고 달라라, 엔클과 함께 큔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큔에 가기 위해 운동시간도 당겨서 아침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는 건강한 맛.

아, 이날 큔에 갔더니 싱크와 재림이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 참 반가웠다.

식물에 빠진 식집사 너굴에게 이끼화분 만드는걸 배운 날.

러너스그라운드에서 달라라, 모모루, 엔클, 나 4명이 배워보았다.

이끼는 햇빛보다는 형광등에서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축축한 곳에서 주로 봤기 때문에 무조건 물이 많은 환경에서 잘 자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끼도 과습때문에 죽는다고. 이끼도 과습은 피해가지 못한다니, 과습 정말 무섭다.

작은 이끼를 심어 둔 유리컵을 가까이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큰 숲처럼 보인다.

내가 만든 이끼화분은 마치 샹치 어머니의 고향마을과 비슷하달까. 이끼 죽이지 말고 잘 키워보고싶다.

새로 간 미용실의 강아지.

부른다고 아무에게나 가지 않는 고양이같은 강아지였다.

털달린 동물들은 왜이리 귀여운가.

친구가 파타고니아 원웨어에 옷 수선을 맡긴다고 해서 냉큼 따라갔다.

수선시스템도 궁금하고 여기 계시다는 마스터도 궁금하여.

수선을 맡길때 다른 수선집처럼 마스터와 상의를 할 줄 알았는데, 매장 직원에게 수선할 부분을 알려주고 돌아왔다.

수선은 일주일 정도 걸리고, 수선이 완료되면 전화로 알려준다고 한다. 비용은 무료. 파타고니아 제품이 아니어도 수선이 가능했다.

2층에 수선하는 작업공간이 있었다. 마스터님 나와 같은 다리미 보일러 쓰고 계시네요.

다음에는 나도 수선할 옷을 가져가야겠다.

넥카라를 한 먹물이.

어느 일요일 작업실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먹물이 등 털에 연하게 핏자국이 보였다.

등에 난 종기에서 또 고름이 나온 것인가 소독하려고 털을 헤집는 순간 피범벅이 된 등을 보고 너무 놀랐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예전에 먹물이 등에 있었던 종기 때문에 병원에 갔을때 악성 지방종의 형태는 아니어서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면 그냥 소독만 해주며 지켜봐도 될것 같다고 해서 고름이 나오면 소독약을 뿌려주며 지켜보고 있던 참이었다. 언젠가 종기가 다른 곳에서도 나는 것 같아서 병원에 데려가봐야겠다 생각했던 참이었는데, 그 종기가 터진 것이다.

다행히 종기는 단순 염증이라고 진단받고, 종기가 터진 부분의 털을 밀고 소독하고 항생제를 받아 왔다.

일주일 정도면 새 살이 나올거라고 한다. 내 걱정만큼은 안아픈지 먹물이는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싼다.

먹물이 어릴때 내가 만들어줬던 넥카라를 다시 씌웠다. 넥카라를 한 먹물이는 참 짠하지만 너무나 귀엽기도 하다.

한 이틀 넥카라를 했더니 더러워져서 꽃잎 모양 넥카라를 사주었다.

넥카라를 베개 삼아 자는 먹물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 빨갛게 속 살이 보이던 상처는 한번 딱지가 떨어지고 연분홍색 새살이 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