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4

요가생활

요가를 시작한지 약 1년 4개월.


요가를 하며 좋은 점 중 하나는 매일 다른 나를 차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매순간 같을 수 없고, 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거나 나쁜일 모두 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것 같다.
흔히 말하는 회복탄력성이 길러진다고 해야하나.
나는 인생에 너무 좋은 일이 생길때 마음 한켠에 이 다음 무슨 안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나 하는 불안함이 올라오곤했는데, 요가를 한 후부터는 훨씬 더 현재에 집중할수 있게 된것 같다.
불안함, 두려움, 분노 같은 감정이 생기면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한다.
호흡을 길게 하면 두근거렸던 명치도 잔잔해지고, 요동쳤던 감정도 함께 사그라든다.


두근거리는 명치가 잔잔해지면 마음에도 평온이 온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에 대해 이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이를테면 나의 성격, 좋고 싫음, 가능성 같은- 영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어느날 요가원에서 전굴자세를(파스타치모타나아사나) 하던 중, 나 자신에 대해 안다는건 어쩌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내 몸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어떤 부분이 강하고 약한지, 혹은 유연한지 타이트한지, 무엇을 먹으면 몸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지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이는것.
계속 생각해도 거기서부터가 시작일것 같아.


초등학교때 학교 숙제로 가훈을 적어가는 것이 있었다.
그때 아빠에게 우리집 가훈이 무엇이냐 물어보니, 아빠는 조금 생각하다가 밝은 목소리로 “음..하면 된다.” 라고 말했다.
어린 내가 봐도 당시 급하게 지어진 가훈이었다. 그때보다 조금 더 큰 나는 세상엔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빠는 그때 왜 “하면 된다”라고 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가를 하다보니 “어..? 하니까 이게 되네..?” 하는 순간이 생긴다.
머리서기 과연 지금 생에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날 머리서기를 했고, 예전에 어디선가 다리 찢기가 가능하면 허리가 덜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년 동안 다리를 찢고 싶었는데 요가를 하다보니 점점 다리를 찢을 수 있는 각도가 커지고 있다. 특별히 다리 찢기를 연습한것도 아닌데. 하면 딱 하고 되는 것은 거의 없을지도, 하다보면 천천히 언젠가는 될지도 모른다.
우리 요가선생님은 요가할때 종종 “자세의 완성에 목적을 두지 말고, 바르게 하려는 방향에 더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나는 그 말이 현재에 더 집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자세가 완성이 되고, 또는 완성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즐거우니 그 자체로 괜찮다.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요가를 왜 수련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알것 같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현재에 집중하자! 이건 오래전부터 종종 해왔던 다짐이기도 하다.
생각만으로 다짐을 하는 것과 몸을 움직이며 매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의 차이를 이제 아주 조금 알게 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