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기본 _ 1개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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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5월 초에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부터 돌아가신 8월까지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과 정리하기 힘든 감정이 휘몰아쳤었고,
돌아가신 뒤에는 이 세상에 남아있던 아빠의 존재를 지우는 행정적 절차를 밟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 사이 멍한 기분을 참기 힘들어 9월즈음 부터는 요가를 시작했다.
집 근처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일단 몸을 움직였다. 다행히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났고, 덕분에 마음의 무기력은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몸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하는거였나?
아빠와 관련하여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추운 겨울이 찾아오니 내가 https://bigbigcat.kr병원에 가야 할 일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위장에 문제가 생겨(폐암을 발견하기 전 아빠가 그랬던 것과 같은 증상이 몸에서 나타났다.) 위,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고,
또 마치 아빠가 그랬던 것 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호흡기 내과에서 폐기능검사와 천식검사를 했다.
그리고는 이명이 왔다. 귀에서 둡둡둡 소리가 들렸다.
자려고 눕거나 고요히 일을 해야 할 때도 둡둡둡.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신경뇌파검사와 난청검사를 했다.
모든 검사의 결과는 모두 이상 없음.
일종의 공황장애 같은 것 이었을까. 모든 검사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일수도 있겠다 짐작만 할 뿐.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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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그라운드에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생활의 기본>.
3개월 동안 하루 하루의 식생활과 운동 내용을 기록하고 멤버들과 함께 공유한다.
‘잘 먹고, 잘 움직이는 생활루틴’은 빅빅캣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
그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은 내가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리고 몸에서 여러 신호를 주고 있는 이 시점에 뭐라도 해야 했다.
98% 타율적인 인간인 나에게 생활의 기본 멤버십 프로그램은 아주 좋은 기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지켜봐주고 있기 때문에 게을리 할 수가 없다.
기록을 하니 이왕이면 몸에 더 나은 걸 먹으려 하고(먹어야 할 것 같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몸을 더 움직이려고 한다.
먹고 움직이는 경험을 함께 이야기 하며 더 나은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덕분에 요가도 매일 매일 더 열심히.
요가 6개월, 생활의 기본 1개월째.
잘 먹고 자주 움직이니 잠을 잘 잔다. 작년부터 쭉 불면의 밤을 자주 보냈는데, 최근에는 머리 대면 잘 수 있으니 참 좋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체력이 생겼다.
그동안 아빠, 나, 동생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짧은 글로나마 정리하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짧은 투병을 하며 아빠가 했던 말들, 아빠 주변의 좋은 사람들, 내가 했던 생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써두고 싶었다.
몇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아빠의 얼굴이 떠올라 어려웠다.
지금도 한꺼번에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정리를 해보고 있다.
체력이 생기니 생각할 힘도 생겼다. 이명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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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필요한 시점에 좋은 요가선생님을 만났고, 러너스그라운드에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해줬다.
어쩌면 이건 더 늦기 전에 <생활의 기본>을 몸에 익히라고 아빠가 보내준 선물.
앞으로 먹고 움직이는 것에 관한 기록을 더 꼼꼼하게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나의 첫 푸드룰(food rull) “제 때 먹자.”
두번째 푸드룰을 이야기하고 그린 날. 제비님의 손가락 부상투혼
물에 담궈두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100%메밀면
제비님의 메밀비빔면. 맛있는 음식, 좋은 기름과 간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았다.(역시 기본이 중요)
덕분에 벌써 봄이 찾아온듯한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