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일단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는 정신으로 윤호씨와 함께 결성한 우당탕탕 동아리. 서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을 나누자는 소박한 목표로 ‘일단’ 의지를 가진 윤호씨와 나 2인으로 시작. 처음 동아리 이름은 ‘일단’ 이었지만, 어쩐지 점점 ‘우당탕탕’의 느낌이 더 강해지면서 이름을 변경했다.
지난 첫 모임에서는 윤호씨에게 타이포그라피의 기초를 배우고, 브랜드에 적용시킬 수 있는 꿀팁들을 전수받았다. 사실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는 나는 양순을 운영하며 크고 작은 인쇄물이나 이미지를 제작할때 늘 어려움이 있었다. 각자 어울리는 톤으로 고유의 이미지를 축적해가는 브랜드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한 길을걷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고 해야 할까. 이번 한번의 배움으로 완벽히 해소가 되지는 않겠지만, 어쩐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 무엇보다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든든하다.
이날 이후 보이는 글자들이 모두 다르게 보인다. 후루룩 읽고 지나간 글씨에 더 오래 눈이 머물고 생긴 모양을 관찰하게되었다.
한번의 경험으로 이렇게 보이는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니, 일단 해보길 참 잘했지.
두번째 모임은 실크스크린.
실크스크린 모임의 호스트는 나였지만, 나는 실크스크린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한 적이 없고 이거야 말로 일단 해보면서알게된 분야이다. 그리고 아직도 실크스크린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게 그렇게시작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만큼의 경험을 나누고,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은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보자는 제안에 선뜻 동의해준 윤호씨 덕분에 ‘일단’ 해볼 수 있었다.
또 마침 실크스크린 모임을 하기 며칠 전, 지향언니와 통화에서 우연히 실크 인쇄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지향언니도 모임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동아리 멤바는 2인에서 3인이 되었다. 지향언니의 고민은 인쇄가 늘 번진다는 것이었는데, 역시 이것도 일단 찍어보며 해결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윤호씨가 하고 싶었던 인쇄 방식은 나도 해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나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예전에 그려두었던 마눌고양이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제판용으로 다시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도안 파일을 받은 제판 업체 사장님은 우리보다 더 걱정이많으셨다. 생각했던 대로 인쇄가 안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경험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걱정과 염려. 몰라서 무모한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은 실험이고 테스트이기 때문에 이 도안으로 혹시나 인쇄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사장님을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하여 모인 우당탕탕 실크스크린.
사장님은 이 도안으로 인쇄할때는 스퀴지를 한번만 밀으라고 당부하셨지만, 우린 스퀴지를 여러번 마구 밀어보며 왜 한번만 밀으라고 하셨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반대로 몇 번 밀어도 뭐 크게 망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종이, 다른 종류의 원단들, 잉크의 종류와 점도, 스퀴지를 미는 방식에 따라 인쇄 품질이 달라졌다.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실크스크린을 검색하면 모두 나오지만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왜, 어떻게 그런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양순을 운영하며 판매와 곧장 이어지지 않는 작업이라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가 점점 어려워졌는데, 오랜만에 하고 싶은거 모두 해봤다. 아마도 혼자라면 힘들었을텐데, 함께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 평소 작업실에서는 거의 대부분 혼자 있기 때문에 거래처와 전화하는 것 외에는 말을 할 일이 없다. 이날 윤호씨와 지향언니에게 농담처럼 말했던 거지만, 실제로 작업실에서 집에 갈때가 되면 목이 잠기고 입에서 단내가 난다. 오랜만에 내 작업실에 히터가 아닌 사람의 온기가 돌고, 말과 웃음소리가 들리는 날이었다. 재미있었고 유익했다.